불법입양으로 무너지는 마샬제도의 가족들

불법입양으로 무너지는 마샬제도의 가족들

조광태 / 전임기자

 


 

| 불법입양으로 무너지는 마샬제도의 가족들 |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없을 때 입양은 피입양자에게 복지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과정에서 벗어날 때, 이는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불법입양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마샬제도(Martial Islands archipelago) 가족들의 이야기다.

 

지리적 잇점으로 합법적인 입양 활성화

 

하와이 남서쪽 태평양 중앙에 자리잡은 마샬제도는 약 200만평방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다. 현재 이 국가는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양아를 보낼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입양이 활성화되어 있고 특히 애리조나, 유타, 아칸소 등 인접한 3개 주에 집중적인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과 1983년 맺어진 자유연합 협약에 따라 이 섬들의 주민들은 미국 자유여행이 허용되어 있다. 하지만 2003년에는 입양 목적의 임산부 여성만의 여행을 금지하고 있다. 불법입양을 막기 위해서다.

 

자녀를 입양시키기 위해서는 양 부모 함께 미국에 입국해야 한다. 입국 기간은 3주에서 5주 사이이며, 입국 후 2주 후에 부모 중 한 명은 마샬제도로 돌아갈 수 있다. 입양을 받는 측은 결혼 1년 이상 된 부부이며, 독신인 경우에는 신청이 가능하지만, 승낙은 쉽지 않다.

 

문제는 불법입양, 그리고 그 중개인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양 부모 중 한 명만이 입국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주로 가난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거짓 서류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누군가가 개입한다. 때로는 윤락여성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문제와 관련, 법정에서 유죄판결은 맏은 마샬제도의 린우드 제넷(Lynwood Jennet)이라는 여성은 자기 자신도 미국측 파트너인 피터슨(Peterson)씨를 통해 두 명의 자녀를 입양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 입양의 방법을 배우게 됐다. 그녀는 마샬 제도 내의 임신한 여성을 찾아 접근해서 도움을 준 다음 불법입양을 권유한다. 수 일 내에 신분증과 여권을 만들어 해당 여성과 미국에 동행한다.

 

이런 방식으로 출산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여성들은 몇몇 은신처에 보내져 출산을 기다리는데,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원을 다 수용치 못해 복도에서 잠을 자는 임산부가 있을 정도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여성들을 관리하는 측에서 여권을 회수해 두기도 한다. 마음을 바꿔 떠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출산시 서명된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가 있으면 출산 후 통상 7,300달러에서 1800달러 사이의 산후 지원금과 마샬제도, 혹은 미국 내 다른 지역 중 한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 비행기표를 지원받게 된다. 린우드 제넷씨는 이 메디케이드에 불법서명을 해 왔다.

 

입양받기를 원하는 미국의 부모들은 대략 4만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 중 1만달러는 출산아의 생모에게 주어진다. 나머지 3만달러는 미국측과 마샬제도 측의 중개인들에게 들어간다. 당연히 미국측 중개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애리조나의 한 카운티에서 공무원이었던 45세의 폴 피터슨(Paul Peterson)씨는 이 일에 20년 이상 개입하면서 불법입양 중개에 나섰다가 201910월 체포됐다. 그는 재판에서 74개월의 징역과 10만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는 그동안 번 돈으로 값비싼 저택과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생부는 아이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아이와 부인을 모두 잃어버리는, 이른바 파괴가정이 발생한다. 아이를 입양시킨 생모는 대개 마샬제도로 돌아오지 않고, 그 돈으로 미국에 정착해버린다. 생부의 입장에서는 아이도, 부인도 모두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비극인 셈이다. 가끔은 생모가 돈을 부쳐주는 경우도 있지만, 지속되기는 어렵다.

 

더 심한 경우는 부모를 모두 잃는 아이도 발생한다. 리차드 레즈카(Richard Lejka)의 경우 3년 전 이런 방식으로 엄마를 잃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엄마를 데려오기 위해 아빠가 미국으로 갔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레즈카가 사는 마을 울리가에는 이런 가정이 수십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의 입양, 분명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를 댓가로 치루어지는 다른 가정의 파괴, 이 둘은 분명 모순관계에 있다. 하지만 일단 입양이 이루어지고 나면 돌이키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 미국 관계당국은 입양부모가 이러한 불법사실을 알지 못했던 만큼, 입양절차 자체에는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즉 무효나 취소 계획이 없다는 설명이다.

 

입양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져 버린채, 입양아와 부모를 뺏고 빼앗는 관계가 되어버린 이 현실은 마샬제도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비극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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