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인류의 탄생은 가능할까?
전 세계가 코로나에 지쳐있는 요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인류는 하나의 이상향이다. 과연 어떠한 바이러스에게도 감염되지 않는 인류의 탄생은 가능할까?
지난 4일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된 한 논문은, 희미하게나마 그 첫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논문에서 영국 메이컬 연구 위원회(UK Medical Research Council) 소속의 제이슨 친(Jason Chin) 팀은 생물 유전자 코드를 상당히 변형함으로써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를 견뎌낼 수 있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제이슨 친 팀은 문자 그대로 유전자를 다시 쓰는 방식으로 대장균을 만들어냈는데, 이 유전자 변경은 아직 자연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1만8천개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작업은 인류가 유전자를 이해하는 정도를 넘어 유전자를 수정함으로써 종전의 생명체에서는 생각할 수 없던 것들을 해내는 합성생명체 창출의 단초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 형태들은 20개의 기본적 단백질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에 의존하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약 30억개의 유전자 부호를 갖고 있고, 이들 사이에는 64개의 염기조합(codon)을 갖고 있다. 이들 염기조합에는 알려진 20개의 아미노산을 합성토록 지시하는 정보가 담겨있다.
이번 연구에서 친 팀은 이들 염기조합의 배열을 다시 쓰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놀라운 기능을 확인했다. 그 중 하나는 아직까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롭고 인공적인 아미노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미생물 유전자의 변경이 대부분의 박테리아성 바이러스(phage)에 대해 ‘방화벽’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작용은 바이러스들이 세포조직에 달라붙어 자신을 복제하는데 필요한 몇몇 염기조합들의 작동을 무기력화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으로 연구는 밝히고 있다.
이번 연구는 새로의 의약제품을 만들어내는데에도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장균은 발효식품과 의약품을 만들어내는데 필수적인 생물학적 공장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변종화한 대장균과 미생물들은 600여가지 이상의 약품을 만들어내는데 사용되고 있고 여기에는 인슐린과 혈액응고 방지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한 m-RNA방식의 백신을 만드는데에도 몇몇 대장균은 필수적이다.
이번 실험에서 친 팀은 박테이라 유전자 서열의 대규모 변경을 도입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원래 유전자를 큰 덩어리로 잘라낸 다음 컴퓨터 상에서 미리 디자인된 다른 인위적 서열로 대치한다.
과학자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박테리아를 어떠한 자연적 대장균이라도 죽일 수 있는 바이러스들과 섞어 뿌렸는데 놀라운 결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 박테리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저항력을 유지했고, 빠르게 자라났다.
이 박테리아의 원래 유전자를 확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백만년 동안 자연계의 진화 결과보다도 유전자적으로 개선된 결과를 보임으로써 과학자들을 한층 더 놀라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유전자적 변형을 가함으로써 세포가 더 이상 바이러스에게 머물수 없는 장소로 변화된 것이 이번 발견의 핵심이다. 병원체는 변경된 유전자 암호를 지닌 세포 속에 갇히게 되고, 자기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없게 된다.
이번 연구를 의학분야및 재료과학 분야에 응용하게 될 경우, 다수의 새로운 아미노산을 더해감으로써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생물고분자(biopolimer)를 개발하는 연구성과의 적용범위가 매우 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주 멀리는 여하의 바이러스에도 감염되지 않는 인류의 탄생을 알리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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