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요제프 후버'와 독일 나치청산의 이면 (하)

'프란츠 요제프 후버'와 독일 나치청산의 이면 (하)

조광태 / 전임기자

그의 생존은 냉전체제의 산물

 

사실 전쟁 말엽 후버는 미 정보국의 현상수배 대상이었다. 나치세력의 패망이 확실시되어 감에 따라 전후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후버는 전쟁 말기 동구권 국가들과 모종의 거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딱히 성사된 바는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은 냉전체제라는 시대적 산물이었다. 2차세계대전 말엽, 당시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은 독일을 공동의 적으로 둔 연합국이기도 했지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극단적 이념적 대립을 하고 있는 양대 집단이기도 했다.


2차대전의 종결과 더불어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은 본격적인 이데올로기적 대립관계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독일 역시 미국, 영국, 프랑스가 관할하던 서독과 소비에트 연방이 관할하던 동독으로 갈리면서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극한 현장이 됐다.


미국측으로서는 소비에트 연방에 관한 정보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서독 똑한 마찬가지였다.


나치 하에서 독일의 파시즘은 공산주의와의 극단적 대립을 표방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독일 파시즘의 추종자들은 반공주의자라는 공식이 성립하고 있었다.


미국과 당시 서독 측이 눈길을 돌린 것은 나치즘하에서 부역하던 반공주의자들이었다. 물론 이들의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필요한 것은 이들이 당시 이들이 갖고 있던 소비에트 연방 내의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였다. 당시 나치가 갖고 있던 소비에트 연방 관련 정보는 상당한 수준에 달했고, 고위 정보관련 담당자들은 연방 내에 나름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까지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란츠 요제프 후버가 1941년 친위대및 게슈타포 사령관이던 하인리히 히믈러(Heinrich Himmler)와 함께 오스트리아 마우트하우젠(Mauthausen) 수용소를 방문시 사진. 뒤쪽 입구에서 왼쪽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후버다. [사진=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undesarchiv_Bild_192-352,_KZ_Mauthausen,_Himmlervisite.jpg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정보인력 필요성으로 나치전력 문제삼지 않아 

 

당시 미국과 서독의 정보국은 서독 내의 반공주의자들과 접촉을 시도하면서 그들의 나치전력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이스라엘 바일란(Bar-Ilan) 대학의 슈로모 슈피로(Shlomo Shpiro) 교수는 ADR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패망 이후 전범재판에서 상당수 고위급 나치들이 기소면제를 받았고, 후에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독일연방정보국(BND)에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는 혜택까지 누린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후버의 경우에도 오스트리아로부터의 신병요청과 관련해 미국측이 행정상의 절차등을 이유로 이를 포기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미국측은 서독에 대해서도 후버의 나치전력을 지울수 있도록(denazification) 압박을 가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독 역시 당시 동독과의 대립상태에서 후버의 필요성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가 1948년 약간의 벌금과 집행유예로 석방되고 1955년 BND의 전신인 겔른 오거니제이션에 등록하게 된 데에는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CIA와 독일 BND는 이같은 사실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처벌해야할 부역자들의 대한 관용, 관용을 넘어 혜택에 이르는 이 과정은 일견 우리가 해방 이후 겪었던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해방 후 미군은 행정유지라는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친일 부역자들에 대한 관용주의를 채택했고, 이것이 우리로서는 친일파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아직까지 마치지 못하는 단초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독일은 나치 부역자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진 나라다. 하지만 프란츠 요제프 후버에 관한 이 이야기는 우리가 독일에 대해 알고 있는 역사적 과제 청산 이야기가 과연 온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일까 하는 의문을 던져주는 대목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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