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은 유대 성서와 코란의 가르침에 위배될까?

백신 접종은 유대 성서와 코란의 가르침에 위배될까?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 백신 접종은 유대 성서와 코란의 가르침에 위배될까? |

 


 

 

화이자(Pfizer) 백신을 예로 들어보자. 이 백신은 mRNA, 즉 메신저 RNA라고 불리는 유전자 물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본보 123일자 코로나 백신의 작동원리는?참조) 바이러스 대신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지닌 이 물질의 손상을 막기 위해 나노 파티클(nanoparticle)이라는 다른 물질로 감싸게 된다. 여기서부터 정통 유대교 신자들과 이슬람 교도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나노 파티클은 일종의 지질(脂質)층이다. 돼지기름으로 만들어진 젤라틴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돼지고기 섭취가 유대교의 교리와 코란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는 사실이다. 백신접종 과정에서 돼지의 지방질로 만들어진 나노 파티클이 체내에 유입되는 것은 부득이하지만, 이들 두고 논쟁이 발생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돼지 원료 사용하는 나노파티클이 문제

 

영국 브래드포드(Bradford)의 예를 들어보자. 이 지역은 영국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되어 있는 지역이고 그 중 대략 4분의 1은 이슬람 교도다. 백신 투여 얘기가 나왔을 때 이 지역 소수인종의 약 3%만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기는 하지만 영국에서 소수인종 지역의 코로나 감염률은 백인지역의 감염률보다 30%에서 최고 80%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감염 가능성과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높은 상태다.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인도네시아에는 이슬람 지도자 위원회(Indonesian Ulema Council)가 있다. 여기서는 특정 상품에 대해 할랄(halal, 이슬람 교회법에 허용된 것)과 하람(haram, 허용되지 않는 것)의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18년 이 위원회는 홍역과 풍진 백신에 대해 하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판정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공동체 지도자들은 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들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나중에 위원회가 백신을 투여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도네시아는 세계 세 번째로 낮은 홍역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다. 신도들과 공동체에 백신에 대한 금기 인식이 깊게 뿌리박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젤라틴을 사용한 백신을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대교나 이슬람 학자들 사이에도 견해차가 크다. 주로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지도자에 따라 백신을 불결한 것으로 보는 사례가 많지만 백신에 대해서는 예외성을 인정하거나 오히려 꼭 필요한 것으로 설명하는 종교지도자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시드니 대학의 하루노 라시드(Harunor Rashid) 부교수는 만약 백신을 사용하지 않아 더 큰 위험이 발생한다면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슬람법이라면서 불가피한 경우 백신의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랍비 조직인 트쪼하(Tzohar)의 데이빗 스타브(David Stav) 의장은 유대법인 정하고 있는 것은, 돼지고기를 자연적으로 섭취하는 경우에 이를 금하는 것이라면서 백신사용 허용의 길을 한층 더 넓게 열어놓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백신 강제하기도

 

한걸음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오히려 백신투여를 강제하는 경우도 있다. 백신의 할랄 적용여부를 놓고 심한 사회적 논의를 유발해오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자녀에게 백신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벌금형이나 구속형에 처할 수 있도록 아예 법제화시켜 버렸다. 파키스탄 역시 종교적인 이유로 자녀들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거부한 부모들에게 징역형을 실행하고 있다.

 

실제 이슬람의 전통은 어떠할까? 놀랍게도 이슬람의 법이나 전통은 백신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견해들이 많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슬람 세력이 계속 확장했던 지난 8세기부터 15세기 사이에 이슬람은 천문학, 수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보여왔는데, 이 중 의학분야의 발전이 현대의학의 많은 초석을 쌓았다는 것이다.

 

한가지 예로 1700년대 초기 영국에 번성했던 천연두의 예방을 위해 종두법을 도입했던 메리 몽테규(Mary Wortley Montagu)는 사실 그녀가 당시 오토만 제국에서 배워온 것이었다. 이미 그 당시에 오토만 제국에서는 천연두에 걸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천연두균을 투여함으로써 예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

 

이슬람의 창시자 모하메드는 그 당시 유행병이 번지게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여행금지 등을 하도록 제자들에게 일렀는데, 이것은 요즘의 예방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격리법을 생각해낸 것은 이슬람 학자였던 아부알리 알리 시나(Abu Ali Sina)였다는 주장이 있고, 심지어 화이자나 바이오엔테크(BioNTech) 백신 또한 터키 이슬람 지식체계의 유산이라고 판단하는 견해들도 있을 정도다.

 

아부 알리 시나, 그는 오늘날의 격리법을 처음 생각해낸 이슬람 학자로 알려져 있다.[이미지=Wikipedia, 라이선스는 링크참조]

 

 

백신접종은 이슬람의 가르침에 위배되지 않아

 

요체는 백신 접종이 이슬람의 가르침과 전혀 반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무하메드는 질병에 관한 한 누가 그것을 고치든지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는 제자들에게 신이 만든 질병 중에서 누구는 고칠 수 있고 누구는 고칠 수 없는 질병은 없다라고 못박아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백신은 오히려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 수용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슬람 사회에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종교적 이유라기보다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종교적 이유를 외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나 백신 기업들이 백신의 안정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 자료들을 내놓고 접종 필요성에 대한 설득노력을 더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 나오는 이유다.

 

하이자와 모데나(Moderna), 그리고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같은 백신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돼지 지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백신 자체가 워낙 짧은 기간에 만들어진 만큼 이에 대한 보증은 어렵다. 22500만의 이슬람 교도를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만 하더라도 젤라틴이 없다는 보증이 확인되지 않는 백신사용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큰 상태이다.

 

영국의 이슬람 의학 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살만 와카르(Salmam Waqar) 대표는 현재의 공급관계나 비용, 다른 재료 사용시의 짧은 단축기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년 동안은 젤라틴 사용을 계속하지 않겠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제약회사가 돼지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백신에 대한 신뢰감 심어줘야

 

최근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의 경우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40%에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접종을 시작한 이래 3일간 접종자가 100명도 안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백신에 대한 거부감은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백신에 대한 거부감은 유대교 신자들이나 이슬람 사회에서만 유독 더 높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단순히 백신에 대한 거부이유를 찾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코로나를 물리치는 궁극적인 길은 백신과 치료제뿐이다. 이것은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제약회사측과 각국 정부의 노력이 한층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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