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에 발견된 215구의 시신 유해들, 그 실체는?

학교 운동장에 발견된 215구의 시신 유해들, 그 실체는?

조광태 / 전임기자

지난 5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 위치한 캠루프스 인디언 기숙 학교 운동장에 215구의 인디언 원주민 아동 시신 유해가 발견되면서 지역 전체가 소란에 휩싸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사건의 중심에는 악명높았던 캠루프스 인디언 기숙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1883년경에 문을 연 이래 1996년 문을 닫을 때까지 약 15만명의 원주민 아동들을 교육했다. 한 때 이 학교는 최고 500명까지의 학생들을 수용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인디언 기숙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이 학교의 목적은 어린 원주민들을 서구문화에 동화시키는 일이었다.

 

캠푸루스 인디언 기숙학교 1937 [사진=캐나다 진실과 화해위원회]


학생들의 입학은 강제적이었다. 인디언 가정의 아이들을 강제로 데려와 기숙학교에 다니게 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관련, 1883년 캐나다 정부는 여러 지역의 원주민 아동들을 기숙학교에 강제로 다니도록 한 바가 있다.

 

당시 캐나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강제 교육을 받게 된 원주민 아이들은 종종 그들이 살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야만 했고, 원주민 언어의 사용과 문화적 관습등을 금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 흔히 사용되었고 심지어는 성적, 신체적, 정서적 학대가 자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운영주체는 대부분 교회였다.

 

캠루프스학교의 경우도 1969년까지는 가톨릭 교회가 운영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학교는 연방정부 관할에 들어간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종종 심한 영향부족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캐나다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6년 동안에 걸쳐 6,750명의 목격자들로부터 이 학교에 대한 역사를 문서화했다. 이 위원회는 2015년 보고서에서 “이 시스템이 일종의 문화적 학살행위”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 위원회는 가톨릭 교회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바 있는데, 프란시스 교황은 지난 6일 비록 공식적인 사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슬픈 발견이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한층 더 자각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학교에 다녔던 다수의 사람들이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이 죽었다고 수 년 동안 얘기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무덤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들 생존자들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학교측이 젊은 엄마들에게서 아이들을 강제로 빼앗아 죽이기도 했으면 몇몇 경우에는 이 아이들을 화로에 집어던지기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다. 집단 질병 감염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사망키도 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사망한 경우 유족들은 사망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로는 아이들이 도망쳐 버렸다는 설명으로 그만이었다. 아이의 사망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시신을 가족으로 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매장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경우에만 시신을 돌려보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측은 원주민 기숙학교들에서 사망한 원주민 학생들이 최소 4,100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이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그 수치가 1만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캠푸루스 인디언 기숙학교 1931 [사진=캐나다 진실과 화해위원회]


과거에도 유해를 찾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여년 전에도 이 학교에서 유해를 찾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번 발견은 Tk’emlups te Secwepemc First Nation 의 회원들이 지하 탐사용 레이더를 사용해 이루어지게 됐다.

 

레이더에 발견된 시신 중에는 세 살 짜리 아이 유해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한층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유해는 대부분 수십년 이상 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가운데, 레이더 탐사를 확대해 감에 따라 더 많은 유해들이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시신에 대한 구체적인 관련문서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의 결과보고에 따라 캐나다 연방 차원에서 원주민 기숙학교에 보내진 이후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문서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시신이 매장되었던 작업들도 추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완벽한 탐사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은 인디언들이 겪었던 아픈 역사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됐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발굴을 계기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적 화합을 도모해나간다는 구상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그 상처가 완전히 씻어질 수 있을 만한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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