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중국 여객기 산업에 약일까 독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과 중국간의 관세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여객기 산업의 미래에 대한 엇갈린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중국 여객기 산업에 미칠 영향을 중국의 간판격 여객기 제작 기업인 코맥(Comac)의 전망을 통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중국의 신생 여객기 제작업체 코맥에게 이번 상호관세 정책은 약일까 독일까? 코맥은 지난 2008년 중국정부가 설립한 중국 국유기업이다. 이 업체가 항공기와 항공사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보잉 737MAX기종과 에어버스 A320 기종의 대체기종이랄 수 있는 C919 기종의 개발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2017년 첫 시험비행에 들어간 이후 2022년까지 6대의 시제기가 제작돼 시험비행을 거쳤고, 2023년 5월 처음으로 중국 민용항공국(CAAC)로부터 감항능력(airworthy) 인증을 받아 2023년부터 중국 로컬운행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모두 16대의 C919 기종이 운항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미국과 EU의 감항능력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이어서 수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중국 로컬용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운항 이후 1000여대 이상의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다.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한 여파가 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잉사와 에어버스에 이어 주요 여객기 제작 항공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았다.
상호관세 여파로 향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측은 주로 C919 기종의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비록 90일간의 유예기간은 있지만, 이번 미국측이 EU에 제시한 상호관세율은 20%이다. 실제로 미국과 EU간 협상이 원할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EU 역시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유럽의 항공사들은 성능적인 측면에서는 보잉의 737MAX 기종을, 가격적인 면에서는 A320 기종을 주로 선호해왔었다. 보복관세 부과로 MAX 기종의 유럽 수입가격이 10%나 20% 정도 더 오르게 될 경우, 일부 유럽 항공사들은 가격대비 성능의 가성비가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A320 기종에 대해서는 탐탁히 않아 하는 항공사들도 꽤 있다.
A320 기종을 운용하느니 차라리 C919 기종을 운용할 항공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두 항공기는 비슷한 사양을 갖고 있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C919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MAX 기종을 포기하면서 A320 대신 C919가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보잉 737 기종만을 운용하고 있는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Ryanair) 항공사는 실제로 C919 기종을 A320의 완전 대체품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항공사의 마이클 올리어리(Michael O'Leary)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C919과 A320은 차이가 없는 기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C919가 A320보다 10%나 혹은 20% 저렴한 가격에 나온다면, 이를 주문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누가 만들던 가격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몇몇 대형 항공사들이 미국의 상호관세로 보잉사 기종의 가격이 올라갈 경우 구매중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
보잉사로서는 유럽과 중국 시장 수요가 급감할 것에 대비, 벌써부터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 판매선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처럼 대미 무역흑자가 큰 국가들은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보잉사 항공기의 추가적 구매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상호관세로 인한 중국 항공기 제작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견해들이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2043년까지 중국산 항공기가 전 세계 시장의 20%까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적극적인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보잉사 항공기의 중국시장 수출이 막히는 것도 코맥으로서는 호재다. 최근 중국정부는 중국의 항공사들에게 보잉사 항공기를 들여오기 전에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통보한 바 있다. 지난 해 보잉은 중국에 120억달러어치의 항공기와 부품 등 항공관련 상품을 수출한 바 있다.
지난 20일에는 중국 샤먼 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던 5500만달러짜리 737 MAX 기종이 그대로 반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관세부과로 인한 가격부담 때문이었는지 중국정부의 미국산 항공기 인도 중단 명령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중국에 인도 예정이던 10여대의 보잉사 항공기 역시 중국착륙이 불투명해졌다. 코맥으로서는 기회라면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C919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 기종은 미국 항공기 업체들의 핵심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GE 에어로 스페이스, 하니웰 인터네셔널, RTX 등과 같은 기업들이다.
부품 역시 48개 미국 기업들과 26개 유럽기업들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14개 업체들만이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기업들로부터 핵심기술과 부품공급을 받지 못할 경우 항공기 제작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적으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하지 못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 지난 2020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이같은 명령을 검토했던 적이 있다.
C919가 아직 양산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1000대 이상의 주문이 밀려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운항하고 있는 C919 기종은 16대가 전부다. 그나마 해외에서 운항중인 항공기는 없다. 에어차이나의 전체 운용중인 960여대 항공기중 C919는 1%도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에어쇼에서 선을 보인적은 있지만, 실제 해외인도는 전무한 상태다.
중국 말고는 감항능력 인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첫 상업운행을 시작하면서 미연방 항공국으로부터 감항능력 인증을 받으려 했으나 아직까지는 받지 못했다. 현재로서 이 항공기의 안정성은 중국에서만 유효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호관세 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코맥은 비행기 생산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견해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코맥으로서는 호기라기 보다는 위기라는 얘기다. 오히려 에어버스가 유럽과 중국시장에서 선전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중국 항공기 제작업체에게 좋은 기회가 될지 혹은 그 반대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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