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전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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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전남진)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소나기

 

전남진 

 

산 아래로 길이 내려온다

눈동자에 길 새겨진다

휘어져 어깨에 감긴다

눈을 감아 길을 끊는다

아주 잠시, 그리고

작게 네 이름을 부른다

그 이름 쓸쓸함에 젖는다

 

너를 부정한 만큼 나는 아팠다

생각을 지우려

엉뚱한 추억의 담장들을 넘어다녔다

그때마다

송글송글 네 얼굴 솟아나

물든 나뭇잎처럼 떨어졌다

 

그렇게 너를 지우고 간 이별처럼

꽃을 지우며 가을이 가고

사랑한다며

팔을 툭 치고 달아나는 소녀처럼

네 마음에도 어디쯤 오래된 길 하나 뛰어가겠지

 

지난날 내 비겁함이

오늘은 종일 구름으로 글썽이다

때늦은 후회처럼 비 내린다

두둑두둑 산이 부러지고

길이 거칠게 튀어 오른다

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함부로 뛰어가는 신발에 꽃잎이 묻어왔다

가을이 끝나는 길,

네 마음에 묻는 내가

비를 피해 뛰어가고 있었다.

 

 

 

 


 


 

시 : 전남진(시인)

 

낭독 : 김현

 


 시인 전남진 님의 허락을 받아 낭독과 게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남진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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