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집[전남진]

문학/독서/비평/영화/만평

마지막 집[전남진]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마지막집    전남진

 

 

이 길 끝에 집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집을 떠날 때 밝은 아침이면 좋듯 돌아갈 땐 아주 어두운 밤이라도 좋지. 창 밝힌 집, 밤공기에 숨어, 숨은 냄새에도 추억은 있지. 이제 집에 닿아 불빛 환한 방문을 열면, 거기 지나버린 시간이 고스란히 기다리고 있다면, 그렇다면, 흙 마르는 냄새, 불빛보다 먼저 나오고,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그때처럼 나를 본다면, 그렇다면, 익숙한 높이로 몸을 낮춰 방으로 들어가 늘 앉던 자리, 하얗게 쌓인 시간 위에 앉아, 떠난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겠지. 불을 끄면 별과 달빛으로 밝혀지는 방문, 세상은 다시 그때처럼 방을 향해 불을 밝히겠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슬퍼도 슬프다고 말하지 않는 마음

안과 밖, 경계 사라진 한없이 넓은 마음에

그리움이라 해도 좋을 것들을 그 하나를 잃어버리고

혼자 돌아와 눕는 내 마지막 집이여

이 길 끝에 집이 있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네.

 

 


 

시 : 전남진(시인)

 

낭독 : 김현

 


 

 시인 전남진 님의 허락을 받아 낭독과 게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남진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c) 청원닷컴,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공자에게 드리는 광고공간]



0 Comments

청원닷컴은 트윗페이스북을 통한 해당 기사의 공유를 적극 권장합니다. 맘에 드시는 기사를 트윗, 혹은 페이스북 공유해 주시면 좋은 기사를 생산하는데 커다란 힘이 됩니다.

Category
+ 최근 한 달간 인기기사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