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이제부터는 외교력이 관건(중)

K-방산, 이제부터는 외교력이 관건(중)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이런 경쟁력의 덕택인지, 한국의 무기수출은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느낌이다. K9 자주포의 경우 지난 해 말 호주와 최대 1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는가 싶더니 올 2월에는 이집트와도 또 다시 2조원 이상의 계약이 성사됐다. LIG 넥스원 또한 올 들어 아랍에미리트와 4조원 규모 이상의 요격미사일 천궁 II 수출계약을 맺는 등 하루가 멀다 계약성사의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 2020년 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 이어 세계 6위의 무기수출 국가였는데, 이런 추세로라면 올해 독일과 스페인을 제치고 세계 4위, 최소 세계 5위의 무기수출국이 될 공산이 크다. 'K-방산' 라는 신조어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면이 있다. 지난 달 우리 정부는 미국에 155밀리 포탄 10만발 수출을 추진하면서, 이것이 어디까지나 미국의 최종수요를 위한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몇차례씩 강조해야만 했다. 사실상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한 재고공백을 채우기 위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러시아 군에 대한 살상용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만큼 우리의 처지는 간단하지가 않다.


폴란드에 대한 무기수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으로 인한 재고공백을 채우기 위한 것이지, 우크라이아에 대한 우회적 무기공급이 아님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전쟁이 끝난 후 군사강국이자 교역당사자인 러시아와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게다가 현재 추세로라면 폴란드가 유럽 최고의 군사강국이 될 것이라는 서방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눈초리도 피할 수 없다. 지금이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과 폴란드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평소 폴란드와 그닥 사이가 좋지 않은 독일 등이 폴란드의 국산 무기 수입을 그저 좋은 눈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무기는 살상을 전제로 한 것이니만큼 도덕적 명분의 문제도 남는다. 지난 1997년 터키는 한국에서 자주포를 수입해 이를 기반으로 자국모델의 자주포 T-155를 개발했고, 2019년에는 이 무기로 시리아 동북부 지역의 쿠르드족을 포격한 바 있다. 의도치 않던 도덕적 명분의 문제에 휘말린 한국은 공연한 구설수에 시달려야만 했다.


미국이 한국의 무기산업 성장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지도 중요한 관건이다. CNN이 전인범 전 육군중장의 말을 인용한 것은 시사적이다. 미국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무기들, 직접 생산이 미국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무기들, 그런 무기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폴란드에 수출한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미국이 모든 무기를 다 만들 수는 없는 만큼 우리를 그들의 파트너십의 차원에서 미국측이 바라봐야 한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 한국 무기산업의 고뇌가 있다.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미국을 뛰어넘는 무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산업특성상 끊임없이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래저래 한국의 무기산업이 해결해야 할 난제들은 많다.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비즈니스 포스트에 기고된 글입니다. 기고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0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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