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하)

중국경제 (하)

조광태 / 전임기자

2.


중국 경제문제의 핵심은 미국과의 문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요즘 중국경제의 문제와 아주 분명한 유사점과 대비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기축통화는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해외시장에서의 유통이다. 미국은 주로 무역적자를 통해 해외에 달러를 공급했다.


이를 다시 흡수하는 것이 문제였다. 중동과 일본은 좋은 협력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 중동은 원유대금 달러결제 방식으로 협력했다. 때마침 중동은 화약고였고, 결제된 달러의 상당부분은 고가의 미국 무기를 구입하는데 다시 사용됐다. 나머지는 미국 국채로 흘러갔다.


일본은 미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달러를 받는 공장의 역할을 수행했다. 쓰고 남은 달러는 역시 미국채를 사들이는데 사용됐다. 대량의 국채 매입은 수익률을 낮추는데 기여했고, 미국은 재정적자에 따른 부담을 줄였다. 달러가 선순환을 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마련됐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그것을 올라서던 즈음에서 미국은 갑자기 선을 그었다. 1987년의 플라자 합의가 그랬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은 도서의 제목으로만 존재하게 됐다.


2001년 미국이 중국을 WTO에 끌어들이면서 중국은 일본만큼 좋은 협력자가 됐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기도 했지만, 미국의 공장으로서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미국 최대 채권국의 지위를 일본과 주고 받으면서 20여년에 걸친 미중간 밀월관계가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보복관세로 시작된 양국간 무역전쟁은, 전적으로 트럼프 개인의 기질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국가도 미국이 정해놓은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미국 여야 정치인들의 함의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더 강경해지고 있는 대 중국 정책이 바로 그 증거다.


14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미국에 NO를 표명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미국의 달러패권에 도전했다. 2018년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위안화표시 원유거래, 2020년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원유 300만 배럴 수입분에 대한 위안화 결제가 그 시작이었다.


최근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해 원유대금 위안화결제를 모색하고 있고, 브릭스를 통한 자기들만의 국제결제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금을 꾸준히 모으고 있고, 미국 국채를 내다팔고 있다.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은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의 중국 길들이기는 점차 극단을 향하는 양상이다. 반도체등 첨단 산업분야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여러차례 있어 왔지만, 급기야는 이달 들어 반도체, A.I., 양자컴퓨팅과 같은 최첨단 분야에 대해 정부 허락없이 중국투자를 금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키로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보조금을 빌미로 한국과 대만, 일본기업들에게까지 이를 확대적용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첨단산업을 철저하게 억누르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


미국 역시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때마침 팬더믹 이후의 급변한 경제상황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 단기국채 금리는 이미 5%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미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고,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재정은 어찌보면 급전을 빌어 하루 하루를 때우고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가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추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여전히 8천억달러 이상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매각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 재니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매각중단과 관련한 모종의 협상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첨단 반도체 분야에 대한 나름대로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노광장비의 자체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버틸만큼 버티면서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얘기처럼도 들린다.


하지만 그 여파는 크다. 지난 해 미국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의 중국 투자는 전년대비 76%나 감소했다. 다른 나라 기업들도 중국투자에는 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산업은 공동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고용, 소비, 투자, 수출, 부동산, 여러 경제적 변수들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금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그간의 고도성장에 따른 반작용이나 팬더믹 이후의 휴유증만으로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기저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놓여 있다. 일본과는 달리 말을 듣지 않는 중국과, 이를 결코 두고만 볼 수 없는 미국 사이의 힘겨루기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


우리에게 미치게 될 여파를 꼼꼼히 따져가면서, 영리한 대처를 해나가는 것은 오직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비즈니스포스트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기고된 글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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