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문과생들의 무덤, 이대로 괜찮을까?(상)

수능은 문과생들의 무덤, 이대로 괜찮을까?(상)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수능 얘기를 해보고 싶다. 수리영역의 등급컷에 관한 얘기다.


수리영역은 수험생의 선택에 따라 3개의 과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EBS 교육방송이 추정한 2023학년도 이들 과목의 1등급 컷은 각각 100점만점인 원점수 기준으로 85, 89, 88점이다.(평가원은 등급컷의 원점수를 발표하지 않는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문/이과가 통합된 상태이지만, 이전의 문/이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이과 지망생 학생들은 대부분 미적분을, 문과 지망생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고 있다.


문/이과 통합전 이과 학생들의 1등급 컷은 거의 예외없이 원점수 92점이었다. 4점짜리를 기준으로 2개까지가 1등급 범위의 허용치였고, 이른바 변별력 문제라 일컫는 21번 문제와 30번 문제 이외의 문제를 모두 맞추는 것이 통상 1등급의 기준이 되곤 했다. 역시 변별력 문제인 28번 29번 문제를 다 맞추어야 1등급의 반열에 들곤 했다.


이런 점에서 이과생들의 선택영역이랄 수 있는 미적분에서 이번 등급컷이 84점인 것은 이전보다 크게 낮아진 감이 있다. 입시경쟁의 열기가 누그러진 탓이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사회적 움직임 같은 것은 없다.


몇 해 동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일까? 코로나-19의 여파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실력차를 더 넓혀 놓았을 수는 있겠지만, 상위권의 층을 엷게 한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 상위권 학생들은 수능에 필요한 공부를 오히려 더 충실하게 했다는 얘기들이 학원가에 정설처럼 떠도는 얘기다.


미적 1등급의 원점수 하락에서 나는 문과성향 학생들이 겪어야만 하는 맘아픈 현실을 읽는다. 이른바 ‘융합형 인재’라는 허상이 만들어낸, 입시현실의 비극을 함께 읽는다.


수리영역의 등급컷을 정하는 방법은 대략 이렇다.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세 과목의 시험에는 모두 수학1과 수학2의 공통과목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각 과목에 따른 별도의 문제들로 시험이 구성돼 있다.


각 과목 응시자들별로 공통과목의 평균을 낸다. 그런 다음 이 평균을 이용해 각 과목별 수험생들의 취득점수에 부여할 가중치를 결정한다.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세 과목 전체 응시자의 공통과목 평균이 80점, 75점, 70점이었다 가정하면 미적분 과목에 응시한 학생들은 나머지 두 과목에 응시한 학생들보다 좀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받는다. 확률과 통계 과목 응시학생들은 기하 응시학생보다 역시 가중치를 더 받게 된다.

 

이렇게 가중치를 부여받은 점수들을 과목에 상관없이 일렬로 세운 다음 위에서 아래로 등급구간을 나누는 방식이다. 세 과목 응시학생 각각의 비공통 과목 점수가 동일하다고 할 때, 공동과목의 평균치가 높은 집단의 과목이 사실상 다른 과목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등급부여 방식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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