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사내

김미라의 시 산책

고독한 사내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고독한 사내

 

 


 

삐삐삐삐

비밀번호를 누른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다시 눌러 주십시오

익숙했던 일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석에 붙은 듯

시간의 모서리에 섰다

군중 속 만나고 헤어지는 악수는

기억을 더듬어내는 비밀번호이다

서류 가방을 든 사내가

번호를 누른다

현관 앞 먼저 달아난 바람이

고독을 쪼개어

문틈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사내는 혼자서

툴툴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명함을 건넨다

 

 


 

김미라(시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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