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평전/왕꾸어똥』을 읽고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장자 평전/왕꾸어똥』을 읽고

백재선 / 전임기자

장자 평전/왕꾸어똥을 읽고


중국 철학사와 전통문화 연구자인 왕꾸어똥이 쓴 장자 평전이다.


평전이지만 장자 일대기에 관해 쓴 것이 아니라 장자의 인생철학, 장자 학설의 변천, 장자 철학의 현대적 해석 등 장자 사상의 전반에 다뤘다.


저자는 먼저 장자는 素朴하고 天放(하늘에 맡기는)한 인생철학을 중시했다고 강조한다.

 

장자는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소박하고 항상 자연을 따르게 되면 眞人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眞人이 되기 위해서는 잡념 없이 마음을 비우고 편안함과 고요함을 잃지 않는 심재(心齋)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저자는 장자 철학은 생각과 현실이 모순적으로 결합하면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한다.


장자는 자연으로 돌아가 생명을 보전하고 양생하며 무궁한 경계에서 소요유(逍遙遊)하라고 했지만 또 한편으로 복잡한 현실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했다.


저자는 진한(秦漢) 이후 장자의 학설이 어떻게 변천했는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老莊無爲론은 한나라 초기에 黃老 사상에 이어 道家 사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老子莊子를 다르게 이야기했다.


老子일뿐 아니라 有想(형상), 有物(사물), 有情(감정), 有信(징표) 등과 같이 라고 봤다. 반면 莊子를 유형과 무형의 통일체로 간주하면서 형체는 없지만 허무한 것이 아니라 사물이 비어 있는 것으로 사물의 한 표현 형태로 설명했다.


위진남북조 시대 현학자들도 장자와 노자를 현악의 경전으로 받들었지만, 이들은 겉만 꾸미고 성실하지도 않아 장자의 소박하고 천방한 삶과 맞지 않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불교는 포교를 위해 통해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이용하여 불교 경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격의불교(隔意佛敎)를 만들었다. 중국인들에게 설명이 어려웠던 空有의 개념을 노장의 有無 사상을 이용하여 설파함으로써 불교의 중국화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불교 전파에 활용했다.


불교와 도교는 장자의 본의와 달리 장자 사상을 수정하여 심지어 종교적 신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저자는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러한 흐름은 유교가 강성했던 우리 조선 시대에 와서 장자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쉬쉬하면서 읽히는 금서의 책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자가 세상에 빛을 본지 2천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장자 사상을 놓고 논의가 분분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1)사회적 이익 2)과학성 3)개척과 창조 4)지혜의 증진 5)역사적 필연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장자 사상의 진보성과 한계에 대해 동시에 기술한다.


저자는 장자 사상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진보성에 있다고 단언한다. 장자는 春秋戰國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백성들의 고통을 동정하고 사회의 부패상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장자는 철학적 사유에 있어서도 아주 창조적이었다. 우주를 유한한 우주와 무한한 우주라는 통일적이면서 구별되는 두 개의 전체로 구분하는 우주론을 제시하면서 天神鬼神 관념으로 우주를 파악했던 기존 사유체계를 전면 뒤집어 버렸다. 장자가 우주 만물이 변함없는 본래의 일정한 모습의 법칙성을 지녔다고 해석함으로써 유물론의 기초를 처음으로 제공한 셈이다.


윗사람은 無爲하고 아랫사람은 有爲하라는 장자의 메시지는 전통적인 속박과 행정적 간섭을 타파하면서 생산력의 발전과 물질적 부의 축적에 도움을 주는데 이바지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장자 사상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저자는 분명하게 지적한다.


良志知識을 나라를 훔친 자의 지배 도구로 간주하여 권위와 지식에 대해 비판적인 莊子의 일면적 사유는 시대에 뒤떨어질 뿐만 아니라 반역사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禮樂仁義를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는 莊子의 인식도 사회적 의식의 역할을 부정하는 착오를 범했다. 부패한 정권 밑에서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莊子의 무용론은 사람들에게 결국 현실을 견지하지 않고 도피하는 은자의 세계로 빠지도록 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莊子의 사상이 사회적 효과와 이익을 뚜렷이 갖추고 후세들에게 양심과 지혜를 깨우쳐주고 재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씨족 공동체의 협소한 의식 세계 안에서 현대인과 인식 수준을 갖추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마무리한다.


한계를 지닌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장자는 여전히 인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며, 그의 사상 또한 중화 문화의 보고 가운데 진품이라고 저자는 책 말미에 거듭 강조한다.


장자의 핵심 사유가 무엇이고 장자의 사유가 후대에 어떻게 활용되었는가를 개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기 때문에 장자를 처음으로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입문서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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