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되는 세계/앨런 말라흐』를 읽고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축소되는 세계/앨런 말라흐』를 읽고

백재선 / 전임기자

인구 감소 추세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우리나라만 해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읍‧면 단위의 소도시가 점차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인구 감소로 인해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예언하기도 했다.


도시 계획 전문가인 앨런 말라흐는 『축소되는 세계』라는 책을 통해 앞으로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 여파로 경제 중심체인 도시가 위축되거나 소멸되면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암담하게 전망한다.


워싱턴대학교 건강지표평가연구소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전체 국가의 3분의 1인 65개 국가에서 인구 증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또 다른 5분의 1 국가에서 연간 인구증가율이 0.5%를 밑돌게 되면서 2070년에는 전 세계 총인구가 감소하는 변곡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감소 추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진행되어 미국은 2034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 대국인 중국은 2050년에 현재보다 10% 이상 인구가 줄어들고 2100년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며, 따라서 지금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이라면서 “인구 축소 국가 선두 대열인 한국은 2020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라고 언급한다.


저자는 “특히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으며,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인구 감소가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인구 감소 추세로 인해 향후 수십 년 동안 성장 도시는 줄어든 반면에 축소 도시는 늘어나면서 2100년에는 전 세계의 대다수 도시가 축소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축소 도시란 짧은 기간 안에 상당수의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를 뜻하는데 축소란 단지 숫자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여러 부문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축소의 역학은 도시와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축소는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행동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이런 피해는 국가와 도시의 활력과 회복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져온다.


문제의 심각성은 축소 도시가 세계적인 표준이 되면서 국가 자체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에 있다.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 추이는 궁극적으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축소의 시대로 돌입함을 시사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무엇보다도 도시의 쇠퇴로 인한 주택 시장의 붕괴,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 인구 증가로 소비와 투자 감소를 초래한다. 이는 결국 세계적으로 경제 쇠퇴와 교역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 불안감이 지속되고 세계 각 지역에서 민족주의 정권과 신파시즘 정권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세계 번영의 기틀을 마련했던 글로벌 교역 시스템도 더욱 악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적인 인구 감소 여파는 세계 경제의 성장에 이미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GDP 연간 성장률 기준으로 장기적인 글로벌 경제의 성장 추세를 살펴보면 1960년대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으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은 더 하락하고 2050년에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아예 성장하지 않거나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서면 도시도, 국가도, 세계도 소멸하는 바야흐로 ‘축소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게 든다. 축소의 시대에서는 함께 편승할 수 있는 성장 자체가 힘들어져 성장의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인구 감소는 기존의 불평등 패턴을 더욱 악화시키고 경제적‧공간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국가 간 축소되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이로 인한 나라 간 경제 불평등 현상이 심해지고, 한 국가 내에서도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와 그렇지 못하는 도시 간의 공간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구 감소가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확실하지만 그 짐을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 갖지는 않는다”라면서 “인구가 줄어든 탓에 재원이 부족해지고 파이가 줄어들면 가장 큰 우위를 지닌 곳이 자신들만을 위한 점점 더 많은 가용 자원을 비축해감에 따라 성장의 편향성은 한층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한다.


축소되는 지구에서 살려면 그동안 익숙하게 여겼던 사고방식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계속 성장한다는 전제를 토대로 세워 놓은 국가 경제 모델과 기업 전략을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다.


책은 인구 감소가 우리 삶에 미치는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대부분 인구 감소와 기후 변화 이슈에 대해 둔감한 편이다. 지금 당장 살기에 급급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이슈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더욱이 나라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오직 정권의 유지와 안위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출생률 저하와 인구 감소에 따른 미래의 장기적인 대책 수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저자는 “앞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축소 도시 시대에 직면하게 될 도전 과제를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가져올 실험을 추진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라고 밝히면서 “우리가 계속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다면 정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축소되는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겼던 것과는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인구와 GDP를 비롯한 모든 것이 성장하는 추세가 21세기 인류의 정상 상태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점점 작아지는 국가나 도시가 성장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합리적인 미래 경로라는 생각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인구 변화로 인한 영향은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 결과는 아니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와는 달리 너무 늦기 전에 솥에서 나올 방법을 우리는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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