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시대의 자본주의/조지프 스티글리츠』를 읽고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불만시대의 자본주의/조지프 스티글리츠』를 읽고

백재선 / 전임기자

트럼프는 물러났지만 요즈음 들어서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내고 미국 내 경제 사정마저 호전되지 않으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낮아지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저술한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 – 공정한 경제는 불가능한가』라는 책은 트럼프 집권 전후 대두된 미국 경제와 정치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책에서 미국이 처한 위기를 암울한 경제, 착취와 시장 지배력 심화, 세계화를 둘러싼 갈등, 금융 위기. 신기술의 도전 등으로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미국 내 정치경제 문제점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그러한 미국을 롤 모델로 여전히 삼으려고 하는 세력이 한국에도 있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위기는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집권 이후부터 본격화되었다. 경제를 전적으로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시장의 힘에 대한 보수 진영의 신앙에 가까운 믿음은 이론과 경험의 차원에서 아무런 기반을 갖추지 못했지만 무분별하게 시장 경제 위주의 정책이 시행되면서 미국 내 경제 성장 둔화와 소득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건 행정부 당시 세금 감면과 노동자 권리 약화 조치 도입으로 기업주의 부는 많이 늘어났지만, 노동자의 삶은 피폐해졌다. 특히 미국 내 비정규직 확산과 공공 의료보험 제도 부재로 노동자의 삶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미국 내 경제 불평등 현상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 집권 시대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탐욕심 높은 월스트리트 금융가나 빅테크 기업가의 득세로 일반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더욱 핍박해졌다.

 

실제로 미국 내 불평등 지수는 꾸준히 악화 추세에 있다. 미국은 1970년 이후 40년 동안 하위 90%의 평균 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상위 1%의 소득은 급증했다.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더 심각하다.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극단적인 부의 편중과 기회의 결핍에서 비롯된 불평등은 경제 성과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경제 개혁을 통해 고속 성장을 이룩하면서 동시에 번영을 공유하려면 집중된 부의 정치적 힘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민주주의가 뒷받침되어야 했지만, 보수주의 정치경제 정책은 이에 역행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책을 집필한 시기는 2019년도 당시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이다. 트럼프는 미국 내 주류 사회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백인 중하류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내세운 정책은 자국 산업 보호와 이민자 차별 정책은 그의 지지 세력인 백인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경제와 정치는 절대 분리될 수 없으나 트럼프는 레이건처럼 사람들의 불만을 간파해 분열을 조장하고 이를 광적으로 활용했다”면서 트럼프는 미국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보다는 오직 상위 계층 사람 대다수를 상대로 계속해서 강도질하도록 도움을 주려는 계획만 갖고 있을 뿐이었다“고 단언한다.

 

트럼프의 집권은 미국 사회가 직면한 경제적ㆍ정치적ㆍ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기대수명을 낮추고,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경제 성장을 더 느리게 몰고 갈 것이라는 저자의 예측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저자는 ”트럼프의 등장은 특히 엘리트 집단이 사람들을 좌절시키면서 조작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면서 ”극우 세력 집권은 미국 스스로 경제와 정치 그리고 가치를 망치게 되었고 정치에서 돈이 갖는 힘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시대에 집중된 자금력이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고 엘리트 집단이 그 돈을 가지고 경제적ㆍ정치적 권력을 더욱 집중시키면서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자유민주주의 전통에서 지켜온 가치가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 미국 사회가 반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함으로써 왜곡된 가치는 왜곡된 경제와 정치를 뒷받침하고 우리 스스로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이타심이 부족하고 비도덕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한탄한다.

 

미국 내 우파 진영 시장 지상주의자들은 정부를 자유에 대한 간섭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파 진영 기업들은 정부를 그들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규제와 세금을 부과하는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를 비효율적이고 국가의 병폐를 악화시키는 존재로 보고 공공의 복지와 안녕을 위한 세금 납부와 정부 시책에는 기를 쓰고 반대하면서도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통해 일부 세력들만이 부를 증대시키는 시책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시장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정부에 의한 공공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만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경제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발전의 근간이 기초 연구와 기술에 투자함으로써 역동적인 학습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평소 지론이다.

 

미국 내 소득 불평등 심화와 계층 간 대립 격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 중소 대기업간 임금 격차도 크게 벌어져 소득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재벌 기업과 대기업들에 의한 국부의 편중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부동산/금융 자산가와 일반 서민들과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지만,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한다는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소득 격차 완화를 위한 정부의 소득 분배 정책에 여전히 반기를 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 도입 이후 도드라지고 있는 경제 불평등 해소와 소득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스티글리츠 교수가 제시한 정책 대안에 우리도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 지배력과 지대 추구가 오늘날 불평등의 주요 원천이라는 주장이 이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규칙이며, 이는 정치에 의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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