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과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책을 읽고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공정하다는 착각』과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책을 읽고

백재선 / 전임기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신화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누구나 능력 있으면 자기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미국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이러한 현실은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앵거스 디턴‧앤 케이스의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두 책에서 잘 드러난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아메리카 신대륙에 이주한 청교도들이 신조처럼 가꾸어온 아메리칸드림 신화가 바로 청교도들의 능력주의에 기반을 둔 신자유체제하에서 철저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센덜 교수는 행운이나 은총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노력과 분투로 얻은 성과라고 보는 자기 충족적인 능력주의는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1980년 이래 좌파‧우파를 불구하고 주류 정당들의 힘의 빌린 신자유주의적 또는 시장 중심적 세계화는 노동의 존엄성을 무너뜨리고 엘리트에 대한 분노와 정치적 반격에 불을 지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와 세계화의 광풍 속에서 미국 내에서 대학 학위는 학력주의자의 특권과 능력주의 오만의 상징이 되어버려 대학 학위가 품격 있는 작업과 사회적 명망의 조건이 되어버렸다. 성공의 문에 들어가기 위한 명문 대학 입학은 누구에게 공정하게 주어진 기회라고 하지만 오래전부터 중하류층 자녀보다 상류층 자녀들에게만 문을 열고 있다.

 

미국 내 대학에 가진 못한 백인 노동자들과 하층 계층이 삶의 기반을 급격히 상실하면서 사회 양극화와 갈등 심화로 인해 민주주의는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하층 계층은 자신들의 능력에 의해 지도층이 된 엘리트들을 경멸하고 반면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능력만 과시하고 대열에 처진 사람들을 무시하는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다. 이러한 계층 양극화와 갈등 격화로 인한 소외 계층의 불만과 분노는 결국에는 희대의 포플리스트인 트럼프의 집권을 가져왔다.

 

앵거스 디턴‧앤 케이스 프린스턴대학교 두 교수가 공동 집필한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책은 무너지고 있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백인 중‧하층 삶의 실태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은 비히스패닉 백인들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삶의 기반이 무너져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으로 또는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2014년에서 2017년까지 3년 연속 내림세를 보였으며, 자살 마약 알코올 중독에 의한 이른바 절망 끝에 이른 사망자 수는 2018년 한 해에 15만 8천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백인들이 직장마저 제대로 구하지 못해 삶의 터전을 급격히 잃어가면서 비대졸자의 절망사(絶望死)가 대졸자보다 3배나 많은 것을 드러났다.

 

각국에서 공공 의료 개선과 의료 기술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백인 중년층을 중심으로 절망사가 늘어나 평균 수명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백인 중년 하층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줄어드는 이유는 미국 내 불합리한 의료시스템에도 기인한다. 미국 내 의료 분야에 투입되는 비용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고가의 의료비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의료비 지출 증대에 따른 수입은 병원과 병원 종사자들, 제약업체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고 있다.

 

더욱이 고용자들은 의료 보험을 보조해 줘야 하는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채용이나 외주를 선호함으로써 비숙련 기술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공 의료 보험체계에서 점차 배제를 당하고 있다.

 

저자들은 부실한 의료시스템, 사회안전망의 부재, 임금 정체 현상은 비숙련 노동자들에게 서구 자본주의의 미래가 흐리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심각한 걱정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미국 내 불평등 심화 현상을 막기 위한 저자들의 대안은 의외로 단순하고 원론적이다.

 

샌델 교수는 무엇보다 현대 자유주의를 규정하는 능력주의 정책기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 업적의 덕이 아니라 행운의 덕이라는 겸손함이 능력주의의 폭정을 넘어 보다 덜 악의적이고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지난 40년간 사회적 결속력과 존중의 힘이 얼마나 약해져 있는지를 제대로 깨닫고 공동선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앵거스 디턴과 앤 케이스 교수는 미국 내 절망사를 막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교육 수준이 낮은 미국인들의 임금 하락을 막거나 임금을 상승 반전시켜야 한다. 또한 절망사의 유행과 지대추구와 상향식 재분배로 인해 생긴 극단적 불평등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 내에서 의료 개혁과 사회 안전망 강화가 절실하다”

 

미국 내 불평등 심화에 따른 사회 양극화 균열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학벌에 의한 사회 계층 구조 고착화 현상은 결코 미국보다 덜하지 않다. 계층 간 불평등 심화와 양극화 지속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반면 고소득층의 자산 소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도 샌델‧앵거스 디턴‧앤 케이스 교수가 충고하거나 제안하는 사항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나 기술관료들이 주창하는 능력주의 체제나 낙수효과 경제 정책에 의존하지 말고 않고 상류층으로 소득 편중을 받고 중‧하류층으로 소득이 재분배될 수 있도록 정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후보를 반드시 선출해야 하지만 솔직히 기대난망이다. 정치를 바꾸려면 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더욱 필요하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연대에 의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동체 의식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치가들을 이끌게 될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기 것을 추구하기 위해 공허한 공정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똑바로 세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연대 의식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대정신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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