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한국사 3권/하성환』을 읽고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인물한국사 3권/하성환』을 읽고

백재선 / 전임기자

식민지 지배와 남북 분단 체제로 인해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한 인물들이 많다.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쳤던 일부 독립운동가들은 남북 전쟁과 분단 이후 남북 어디에서도 정당하게 평가를 받지 못하고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인 하성환 선생은 근현대사에서 정당하게 평가를 받지 못한 역사적 인물들을 발굴하고 또한편으로 친일 사관과 반공 논리에 둘러싸여 과대평가된 인물들을 바로잡는 인물 한국사를 잇달아 출간했다.


저자는 『진실과 거짓, 인물 한국사』, 『미래 100년을 향한 근현대 인물 한국사』, 『우리 역사에서 사라진 근현대 인물 한국사』 3권을 통해 일제강점기 시대 이후 근현대사 인물에 대해 재평가에 나섰다.


저자가 재평가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들은 일제강점기 시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진영에 가담했던 항일 독립투사들이다.


의열단을 결성한 김원봉,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 비극적 항일 독립운동가 김립, 코뮤니스트 항일 혁명가 김명시, 노동운동 선구자인 코뮤니스트 혁명가 김찬 등은 누구보다도 일제에 맞서 용감히 싸웠으나 공산주의자이거나 사회주의자라는 이데올로기 낙인이 찍혀 지금까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학계와 보훈 당국의 외면으로 독립운동 관련 사료나 교과서에 실리지도 못하고 독립운동가 선정에서도 아직 배제되고 있다.


저자는 특히 낡은 이념의 시각 때문에 독립운동가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인물로 김찬, 김명시, 김립 등 공산주의 계열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김찬은 1919년 3.1 운동에 참여하고 독립운동자금을 댄 아버지 김병순이 일제의 감시를 받게 되자 1921년 북경으로 이주했다. 그는 1929년 북경 노화중학교 고등과를 졸업한 후 상해에서 중국공산당에 정식으로 가입한다.


김찬은 1930년대 초 환국해 고향인 진남포와 평양에서 혁명적 노동조합운동을 펼치면서 항일 독립운동에 나섰다. 당시 혁명적 노동조합운동의 주역은 코뮤니스트들이었다. 김찬은 혁명적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조선공산당 재건과 함께 항일운동에 신명을 바친 것이다.


김찬은 1932년 평안북도 선천군에서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무려 45일 동안 잔혹한 고문에 버티어내는 등 옥중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출옥 후 중국으로 돌아갔으나 중국공산당에 의해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혀 그의 부인 도개손과 함께 중국공산당 보안책임자 캉생에 의해 1938년 28살의 나이에 처형당했다.


김명시는 3.1 만세 시위에 12살 소녀의 몸으로 참여한 이후 1940년대 조선의용군 여자 부대 지휘관이 되어 일본군과 직접 싸웠던 여성 독립운동가이다. 그녀는 일찍이 공산주의 계열 노동운동가로 활동한 이후 모스크바 동방 노력자 공산대학에서 수학한 이후 만주 지역을 돌며 항일 무장 투쟁에 나섰다.


다시 국내로 들어와 잠시 활동을 하다가 조선공산당 재건 사업의 주모자로 잡혀 꼬박 7년을 신의주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야만 했다.


김명시는 출옥 이후 조선의용군 화북 지대 여성 부대 지휘관이 되어 적 진지 코앞에서 조선인 학병들을 대상으로 선무 공작을 담당했고 조선의용군 모병 활동과 선전을 책임졌다. 그녀는 해방 후 국내에 들어와 큰 환영을 받기도 했으나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부평 경찰서 유치장에서 숨을 거뒀다.


일제의 혹독한 고문과 취조 속에서 굳건히 버텼던 여장군 김명시는 자살했을 리가 만무하고 친일 경찰의 후예들에 의한 극렬한 고문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리라고 추정된다.


항일 애국지사 김립도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 간의 갈등에서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인물이다. 목숨을 잃었다. 김립은 1900년대 전국적인 항일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와 공개 단체인 서북학회의 회원으로 가입해 항일운동에 나섰다.


1910년 한일 합병 후 망명해 북간도와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서 항일 독립투쟁에 본격 그는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 이동휘의 최측근으로 임정 국무원 비서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사회주의 정당인 한인사회당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사회당 출신들과 러시아 볼셰비키 정권과 외교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고 결국에는 볼셰비키 정부로부터 독립운동자금을 받아 내기도 했다.


김립은 상해임시정부가 개조파-창조파-임정고수파로 분열된 채 지리멸렬에 빠지자 이동휘와 함께 상해 임정을 떠나고 말았다. 상해 임정을 떠난 김립은 임시정부에 의해 독립운동자금을 빼돌린 파렴치한 공금 횡령범으로 낙인이 찍혀 김구 휘하의 임정 경무국 소속 무장 경원들에 의해 1922년 상해에서 44세의 나이에 피살을 당했다.


김립을 죽인 직접적인 세력은 상해 임시정부 경무국이지만 그들에게 살해 명분을 제공한 자들은 고려공산단 이르쿠츠크파들로 김립은 공산주의 세력 간 암투 때문에 비극적으로 희생된 것이다.


이들 인물 외에 하교사의 책에서는 조선 의용대 출신 항일 여전사 박차정, 밀양 독립운동의 정신적 대부인 황상규, 항일 혁명시인 윤세주, 항일 의식 고취에 전념한 조선의 페스탈로치 이만규, 민중 목회를 실천한 항일 독립지사 전덕기 목사 등 기존 학계에서 크게 다루지 않아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도 나온다.


저자는 “민족의 해방과 조국의 완전한 독립을 위한 투쟁의 길에 이념의 좌우가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라면서 “독립운동은 독립운동 자체만으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임시정부 독립운동사 연구 권위자인 한시준 교수는 “해방 이전 항일 독립운동의 업적을 지닌 인물은 해방 이후 행적과 무관하게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라면서 “설령 해방 이후 북한 정권에 참여했더라고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에 행적을 남긴 인물이라면 마땅히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추서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친일 청산에 실패하면서 독립유공자 보훈 정책을 왜곡시켜왔다. 그동안 해외 독립운동가 발굴에는 인색하고 무심해 왔지만 반면에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친일 인사가 독립유공자로 둔갑시킨 사례가 많다.


저자는 책을 통해 거짓으로 미화된 근현대사 인물로 친일 작가 이인직, 친일 교육자 최규동, 관제언론 창간자 송병준, 일제에 견마의 충성 서약을 바친 박정희 등의 행적을 소상히 드러낸다.


또한 식민지 시대에는 친일에 앞장서다가 해방 후 문화선전대로 나서서 이승만의 반공 국가 건설에 앞장선 서정주 김동리 이은상 등 친일 작가들의 행적들도 들춰낸다. 근현대사에서 청산되어야 할 인물로 고문의 달인 친일 경찰 노덕술과 일제 헌병 김창룡과 함께 이들 민족 반역자를 옹호한 권력욕의 화신 이승만의 과오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다룬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시대 민족에게 희망을 준 인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함께 그동안 그릇된 기술로 인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최진동-최운산-최치흥 3형제를 소개한다.


한때 독립투사가 아닌 친일파로 분류되었던 최진동에 대한 자료 조사와 검토를 통해 그가 항일무장투쟁 전선에서 이탈한 후 뚜렷한 친일 행적이 없었던 것을 입증하고 그들 형제가 우당 이회영 가문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들로 재조명한다.


특히 최진동 장군은 자신의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부어 항일무장투쟁에 나섰고 생의 마지막까지 꿋꿋이 절개를 지킨 위대한 항일 독립운동 투사로 평가한다.


일반 교과서에서는 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홍범도를 기술하고 있으나 봉오도 전투 승리 기반에는 북간도 일대의 거부인 최운산 장군과 최진동, 최치흥 3형제가 오랜 준비과정의 결과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홍범도 1인에 맞춰진 영웅 사관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라면서“ 봉오동 전투 승리에 크게 기여한 최진동-최운산-최치흥 3형제의 활약상이 독립운동사 기술에서 정당하게 기록되어야 한다”라고 주창한다.


한국사 교과서 본문에 한 줄 기록조차 없거나 아예 망각으로 점철된 인물들을 대중의 기억 속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목소리는 큰 울림으로 와닿는다.

 

 "그동안 냉전체제 아래 분단의 질곡 속에서 우리 역사는 왜곡과 비극의 연속이었다. 한때 친일 인사가 독립운동가로 둔갑한 사례가 있는 반면에 전 생애에 걸쳐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사회주의 항일 독립지사들을 대중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야 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고 잊힌 역사적 인물들이 하나둘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 인물로 제자리를 찾아가길 소망한다. 그분들이 올바르게 자리 매기 됨으로써 우리 역사가 온전히 복원되고 더욱 풍부한 내용으로 채워지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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