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평전/윌리엄 J. 듀이커』를 읽고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호치민 평전/윌리엄 J. 듀이커』를 읽고

백재선 / 전임기자
베트남에 몇 번 다녀오면서 베트남 공산 혁명의 대부인 호치민이 어떤 인물이고 어떻게 해서 인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늘 알고 싶었다. 호치민 관련 책을 찾다 보니 윌리엄 J. 듀이 커가 쓴 『호치민 평전』이 가장 눈에 띄고 내용도 충실했다.

 

윌리엄 J. 듀이커는 미국인 역사학자로서 거의 30년 동안 베트남 중국 러시아 미국 등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수많은 관련자를 인터뷰한 끝에 『호치민 평전』을 집필했다.

저자는 호치민을 베트남 혁명가나 전쟁 영웅으로 미화시키기보다 주변 환경과 여건에서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려 했는지를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기술하려 했다.

호치민이 베트남 혁명 영웅의 칭호보다 ‘호아저씨’라고 불리면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여전히 존경을 받는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이 해소되었다.

저자는 호치민이 타인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제하기보다 설득과 합의를 중시하는 한편 선량하고 소박한 이미지를 가지면서 대의에 헌신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전통적인 유교 도덕을 연상시키는 행동 규범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그의 이러한 행동 규범이 일반인에게 영웅으로 비치기보다 친근한 아저씨의 이미지로 각인되었고 결국에는 베트남 공산주의 특징으로까지 인식되기까지 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평가처럼 “호 아저씨”라는 호치민의 소박한 이미지는 추종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기보다 그의 품성과 행동 철학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호치민은 20세기 공산주의 지도자인 스탈린과 모택동과는 결이 다른 삶을 살았다.

스탈린과 모택동은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면서 독재와 우상화의 길을 밟았지만 호치민은 민족 국가 수립을 위해 반대 세력들을 포용하고 심지어 제국주의자들과 타협하는 유연성과 실용성을 발휘하려 했다.

호치민은 젊은 시절부터 평생 코민테른 공산당 당원이었지만 맹목적인 이념 추구보다 민족을 먼저 생각한 지도자였다.

그는 프랑스와 일본이 물러난 조국에서 베트민(越盟)을 세웠지만 정부 수립에 우익 인사를 참여시켜 민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기를 진정으로 원했다. 또한 평화적인 조국 통일을 위해 베트남이 프랑스 연합의 일원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미국과 제휴하기를 희망했다.

내부 정치에 있어서도 독단적인 입장을 갖고 지도자로 군림하려 하기보다 아래 사람들에게 위임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항상 인민들처럼 낡은 옷을 입고 누추한 주거지에 머물기를 고수했다.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수많은 인민을 죽이고 폭정을 저질렀던 스탈린과 모택동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지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왔던 호치민은 “호 아저씨”라는 칭호와 함께 인민들로부터 마음속의 존경을 여전히 받고 있다.
호치민 일대기이지만 풍부한 자료와 내용 때문에 베트남의 현대사 전반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 절실히 느낀 점은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이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교를 기반으로 하면서 중국에 의존해만 했던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략에 힘없이 무너져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지 체제를 겪어야 했다.

두 나라는 20세기에 들어와 외세의 관여로 나라가 분단되고 동족상쟁이라는 비극을 겪었다. 그러나 베트남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겨 통일 국가를 수립했지만 우리는 계속 분단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남북 분단과 대립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를 둘러싼 외세의 득세와 내부의 분열을 보자니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민족 통일을 위한 호치민의 열정과 헌신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만 호치민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알고 싶거나 베트남 현대사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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