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읽는 논어』(오구라 기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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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읽는 논어』(오구라 기조)를 읽고

백재선 / 전임기자

한국에서 유교를 공부한 교토대학 오구라 기조 교수가 논어를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오구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동아시아 사상사는 공자에 대한 오해, 논어에 대한 오독의 역사라고 단언하면서 맹자 이후 주희에 이르기까지 성리학에 입각한 논어 해석에 비판을 가한다.


오구라 교수가 새로운 논어 해석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애니*미즘을 토대로 하는 제3의 생명관이다. 오구라 교수에 따르면 애니미즘 생명관은 공동체 구성원 다수에 의해 권위를 인정받게 되면 생명이나 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자는 샤머니즘 세계관을 비판하고 인간의 혼을 중시하는 애니*미즘 생명관을 지녔다는 것이 오구라 교수의 지론이다. 그래서 오구라 교수는 맹자 이후 그동안 性과 天을 직결시켜 인간을 초월성과 관계에서 파악하려는 汎靈적 세계관으로 논어를 해석하고 공자를 이해해온 것은 오독이자 오해의 역사라고 단언한다.

 

오구라 교수의 논어 해석은 몇 가지 측면에서 참신하다.

 

먼저 그동안 주자학에 근거해 줄곧 성인으로 숭배를 받아온 공자가 살아있는 인간으로 되살아났다.

 

공자에게 있어 진리는 하늘이나 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었고 어디까지나 세속적인 일상 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가장 중요한 관심 사항이었다.

 

오구라 교수는 仁이 도덕의 최고 표준이고 완전무결한 인격을 가리키는 기존의 전형적인 주자학적 해석과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공자가 주창한 인은 결코 도덕이 아니며 그것의 정확한 의미는 사이의 생명이고 또 사이의 생명을 드러내는 의지력이라고 풀이한다.

 

오구라 교수는 공자의 행동거지와 당시의 관행들을 단편적으로 기록해 독자들로부터 흥미를 잃게 하는 논어의 <향당(鄕黨)>편을 새롭게 해석해 관심을 끈다.

 

공자는 무엇이 생명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고, 집단을 구성하는 이들의 공동 주관에 따라 그때그때 생명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향당에서 長老나 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러한 세계관을 갖고 있었으며 논어 향당편은 그러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의 知와 감성, 행동거지가 어떠한 것인지를 단편적으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구라 교수의 제3의 생명관에 입각한 논어 해석은 기존의 해석에 비해 참신하고 독특하다. 그의 새로운 논어 주석은 아주 독단적이기보다는 그동안 일본 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논어와 공자에 대한 연구 흐름을 일정 부분을 잇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공자나 논어 관련 책들이 기존의 주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다양한 연구로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것 같다.

 

오구라 교수의 논어 해석은 단순해서 쉽게 읽히지만, 그가 채용한 생명관에 입각해 논어 읽기를 강요하게 되면 그의 의사와 달리 논어에 깔려 있는 풍부한 내용을 사색하기보다 도식적인 읽기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가 내세운 애니*미즘 생명관이나 사이의 생명이라는 개념도 학문적으로 정밀하게 정립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오구라 교수의 논어는 공자를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성인이 아닌 인간으로 살려낸 점은 크게 평가할만하다.

 

오구라 기조는 논어 주석 책을 『집 잃은 개(喪家狗)』라고 이름 지어 출간해 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베이징대 리링 교수의 주석과 일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리링 교수도 책을 통해 공자는 사랑스럽고도 불쌍한 집 잃은 개이지 본래적 의미에서의 성인은 아니라고 하면서 공자를 인간으로 이해하지, 성인으로 숭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도 논어를 읽으면서 공자를 성인이니 인류의 스승으로 이해하기보다 어려운 현실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공자의 인간적인 참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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