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은 없다(한광수)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한광수)

백재선 / 전임기자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미·중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양국간 갈등은 중국의 경제력 파워 증강에 맞서 미국이 견제하면서 쌍방이 보복 관세 부과를 위주로 전개되는 무역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미·중 간 갈등 심화 원인에 대해 미국보다 중국의 패권주의에 기인하고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우세를 점치는 서방과 한국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우세하다.


국내 전문가 중에서 이러한 견해를 달리하는 한광수 소장의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라는 책을 관심 읽게 읽었다.


한소장은 “작금의 미·중 간 갈등의 심화는 중국의 패권 전략보다는 미국의 미치광이식 협상 전략과 거친 압박 때문이라”면서“무역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더 큰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소장은 오랫동안 한중관계 연구와 실무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미·중 무역전쟁에 가려진 양국 간 협력과 대립 관계의 이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G2 시대에서 한국의 생존전략 방안을 책에서 제시한다.


서방세계는 그동안 끈질기게 중국 비관론이나 중국위협론을 들고나왔지만, 중국의 발전을 뒤집을 만한 근거는 찾기 어렵고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나가리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서방의 폭풍우와 같은 중국 비관론과 중국 위협론 속에서도 연평균 9.5% 속도로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중국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한 시장규모에서 2014년 미국을 이미 추월했으며, 2030년 중국의 시장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자는 “중국이 시장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게 되면 동서양 교류사상 획기적인 변곡점이 되며 지금까지 미국 중심으로 운영되어온 글로벌스탠더드와 문화적 주도권은 점차 흔들리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미·중 간 대립에서 최종 승자를 점치는 것보다 대립의 이면에서 드러나지 않은 양국 간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저자는 “미·중 관계는 겉으로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반발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양국은 이면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갈등 속에서도 협력과 타협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언급한다.


또한 “미·중 양국은 대결도 불사했지만,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가속화하는 글로벌 경제의 거래 이익을 사실상 그들의 주도적 영향권 아래 두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미·중 양국은 상호 수출 1위, 수입 1위 국가로 서로를 자리매김하고 있어 지속적인 갈등 관계에도 불구하고 상호 경제협력을 증진해오고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미·중 양국 관계는 협력과 대립으로 엮인 경쟁 구도 하에서 양국 경제가 절묘한 상호 보완 구조를 맺고 있으며, 이러한 절묘한 보완성은 양국의 갈등 구조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미·중 양국과의 관계가 협력과 대립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양국과의 교류 시 정치나 경제 일면이 아니라 정부와 시장 양 측면을 동시에 고찰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중 양국의 대결과 타협을 편협화하지 않은 시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면서 “미·중 양국이 대립과 타협을 반복하는 틈바구니에서도 우리는 한쪽에 치우침 없이 양국 시장에 접근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미·중 간 경제 분야에서 상호 보완 구조로 인해 양국의 갈등 구조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최근의 양국 갈등은 무역 분야에 이어 산업기술 분야와 군사 분야에서도 심화되고 있어 그 추이를 속단하기 어렵다.


국제기구(IMF)는 최근의 미국·중국 간 기술 탈동조화 추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중 무역전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경고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촉각을 세우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책에서 미·중 간 화해와 대립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7.2 남북한 공동 선언 후 남북한 전제 정치의 강화, 외환위기 조성 후 한국 경제의 IMF 강제 편입, 미국의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 등은 미·중 간의 화해와 대립 관계 이면에 가려져 우리가 감내해야 했던 불행한 사건들이었다.


1972년 7.2 남북 공동 선언은 닉스 대통령의 대중 화해 조치를 앞두고 미국에 의해 강제된 것이고 선언 이후 남한의 박정희는 유신체제를, 북한의 김일성은 수령절대주의 체제를 출범시켜 전제 정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기회로 활용되었다.


1997년 미국은 홍콩의 중국 귀속 이후에도 홍콩의 국제금융기능을 통제하기 위해 헤지펀드를 활용하여 홍콩달러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국가의 경제와 통화를 교란시켰다. OECD 가입 이후 과도한 시장 개방으로 취약했던 한국 금융 시장은 외환위기에 딸려 들어가 결국에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경제주권을 한시적으로 포기하게 되었다.

 

2017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비상 상황에서 미국이 강행한 한국 내 사드 배치는 한·중 양국 간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한중 경제협력에도 심각한 상처를 안겨 주었다.


2015년 12월 한중간 FTA 발효되자 미국은 한중간 밀착 경제협력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 내 사드 배치 계획을 발표하고 당시 한국 정부는 무리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입장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중국 측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역사적으로 미·중 화해는 남북의 적대적 분단 해소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한반도 안팎의 분단 기득권 세력이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는 빌미가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71년 미·중은 양국 간 화해를 앞두고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계속 누릴 수 있도록 한반도 분단 체제를 유지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는 밀약을 키신저와 주은래 간 체결한 사실이 책에서도 드러나지만, 양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겉으로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표명하나 실제로 남북 화해나 통일에는 관심은 없고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저자는 “미·중의 이해관계와 한국의 분단이 뒤얽혀 있는 가운데 적대적 분단이 한국의 장밋빛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적대적 분단을 남북한 협력을 통해 평화 공동체로 전환하는 것이 이 시대 우리가 당면한 지상 과제”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는 최근 더욱 악화되고 남한 내에서 북한 문제를 놓고 극렬히 대립하는 양상을 볼 때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지 않도록 우리 내부적으로 지혜를 모으고 단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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