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교수 논문과 황우석 박사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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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교수 논문과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광태 / 전임기자

일본에 대해 우호적이든 비 우호적이든, 일본에게는 한국인들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장점들이 있었다. 일본인들의 친절함, 대를 이어 가업을 계속하는 그들의 장인정신, 학문적 연구에 있어서의 철저함 등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 대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강점이었다. 적어도 한일간의 갈등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3년전까지는 그랬다. 한일간의 갈등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한국인들의 눈에 비쳤던 일본의 모습은, 잘못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한국인들로 하여금 일본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는 일본신화에 관한 얘기다. 이 점에서 이 기사는 다분히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사다. ‘한국 vs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부정기 시리즈로 엮기로 한다. - 편집자 주

 

 

 

첫번째 이야기 : 램지어 교수 논문과 황우석 박사의 논문

 

 

한국의 일베 사이트에 관하여

 

우선 한국의 일베가 어떤 곳인지 얘기해보겠다. 일베는 일간 베스트의 약자이며, 한국에서는 극우 인터넷 사용자들의 사이트이다. 그들 행태의 일탈정도가 지나쳐, 국내 보수 우파 매체들조차 이들을 ‘패륜’이라 지칭하고 나설 정도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2014년 4월 16일 한국에서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배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300여명의 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를 둘러싼 한국정부의 대처는 미흡했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고 원인및 책임 규명, 재발방지 등을 입법화하기 위한 이른바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했고, 이의 진척이 이루어지지 않자 2015년 9월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9월 6일 광화문 광장에는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이른바 일베 회원들이 단식 중인 유가족 앞에서 ‘폭식투쟁’을 했던 것. 100여명의 일베 회원 등이 모여 유가족 앞에서 보란 듯이 김밥, 피자 등을 먹는 퍼포먼스를 전개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단식 앞에서 폭식투쟁이라니. 당시 이 때문에 한국의 언론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일베의 패륜적 행위를 개탄스러워했다.

 

사실 일베의 패륜적 행위는 단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유아용품 생산업체에 근무했던 한 일베 회원은 “여자 젖이 그리울 때는 (젖병 꼭지를) 가끔 빨기도 한다”는 글과 함께, 젖병꼭지와 더불어 자신의 일베회원 인증사진을 올려 한국사회 전체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일베 회원들의 이같은 반사회적 행태로 인해, 그들은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자신들이 회원임을 감추고 생활하고 있다. 자신의 지인들에게 일베 회원임이 알려지는 순간, 정상적인 학교, 회사,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베는 한국 사회에서도 거의 내버려진 집단이랄 수 있다.

 

한국의 극우들은 대개 친일적인데, 대부분 국가의 극우 집단이 국수적인 경향을 띠는데 비해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기사에서 다시 언급이 있을 것이지만, 어쨋든 일베 또한 친일적 경향을 갖고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 일베의 사회적 위상이다.

 

패륜 사이트의 게시물을 베껴쓴 대학교수

 

램지어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위안부 피해자인 문옥주 할머니가 당시 상당한 금액을 저축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그 출처는 국내 위안부 피해자를 비하하는 내용을 모아놓은 유령 블로그였고 특히 그 중 일부는 일베의 게시물을 그대로 퍼온 것이었다. 미국 최고의 사학이라 일컬어지는 하버드 대학의 정교수가 일베의 게시물을 그대로 베껴 논문을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지식인들이 받는 놀라움은 컸다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지만,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일본의 산케이 신문을 통해 알려지자, 해당 기사에는 일본인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대부분은 램지어 교수를 칭찬하거나 심지어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들이었고, 이로써 마치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사실인 양 받아들이는 것들이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의문이, 비단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 국가의 연구자들에 의해 속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일본 언론들은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겠지만, 이점이야말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차이라 말할 수 있다.

 

황우석 박사 논문을 둘러싼 국가적 논쟁

 

2005년에 한국인들은 엄청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가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줄기 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배양 성공에 따른 관련 산업분야의 부가가치가 가히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한 해 였다. 특허료만도 연간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오갔다. 황우석 박사는 한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됐고, 그의 영역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같은 해 12월 5일, 한국의 포항공대 생물학 정보센터(BRIC)에 anonymous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 사용자가 “논문에 실린 사진 중에 똑같은 사진이 몇 개 포함되어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같은 날 오전 11시경 디시인사이드 과학 갤러리 게시판을 통해 퍼진 이 글을 읽은 한 사용자가 직접 논문을 다운받아 해당 사진을 확인해본 결과 같은 세포사진을 다른 세포인 것처럼 올렸음을 확인했다.

 

언론들이 이 사실을 보도했고, 이 일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국민들은 둘로 나누어졌다. 사진중복은 사소한 착오이며, 논문에 제시된 실험 자체는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쪽과, 엄밀성을 추구하는 논문에 사진중복을 착오 정도의 사소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그의 논문은 거짓이라는 주장하는 쪽이 충돌했다.

 

국익을 위해 사소한 실수 정도는 묻었어야 한다는 측과, 연구결과 자체를 조작한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측의 충돌이 거세게 일었다. 진보측 내에서도 찬반이 들끓었고, 보수측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익은 진실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전 국민적인 논쟁이 되었던 이 사건은 찬반이 오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논문에 대한 검증의 단계로 옮겨갔고, 결국 황우석 박사는 연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사기였던 아니던, 사실 그 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 진실은 황우석 박사만이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국익이 아무리 우선시 되더라도, 진실이 아닌 것과 부딪쳤을 때, 한국인들은 이를 절대로 묵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몇몇만의 지적이 아닌, 전 국민적인 논의가 생산되며, 비록 한동안은 사회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멈추는 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둘러싸고 발생했던 사회적 논쟁은 그 한가지 예이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일본 내의 학계나 언론, 아니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개개인의 SNS 등을 통해 이를 지적하고, 논문의 철회를 요구하는 제대로 된 목소리는 아직까지 없는 듯하다. 몇몇 일부 성찰적인 지식인들의 지적은 있겠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항상 소수에 미칠 뿐 밖으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논쟁과 관련한 한국과 일본의 극명한 차이점이다. 일본에서는 국익이라는 그들 공통의 관심사가 깃발을 들고 있는 한, 그들이 바라봐야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깃발에 국한되지만, 한국에서는 진실의 깃발이 따로 존재하는 한, 국익의 깃발과 진실의 깃발을 바라보는 자들이 서로 갈려 대립하고 논쟁한다는 사실이다.

 

원래 한국에 존재해오던 일본의 우상은 그들 학문의 엄밀성이었다. 일본 강점기 시절을 살았던 노년층은 한 때 “옥스포드 대학이 영문법을 혼동할 때 일본의 대학에 문의한다”는 말까지 하곤 했었다. 물론 과장된 것이지만, 그만큼 일본 학문의 엄밀성에 대해 인정을 해오곤 했다.

 

평생을 한 명의 저명한 서양학자만을 연구하거나 그의 문헌을 번역하는데 보내는 일본학자들의 얘기는 한국인들이 늘상 듣던 얘기였고, 한국인들이 부러워했던 일본의 학문적 분위기였다. 일본에 대해 우호적이든 그렇지 않든, 한국인들은 그동안 일본의 학문적 분위기를 인정해오는 분위기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학문적 분위기를 보는 한국인들의 눈은 싸늘해지고 있다. 국익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 때 그들의 논문은 매우 엄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국익과 관련이 되면, 비록 한국 일베 사용자들의 글을 인용한 논문이라 할지라도, 철저한 검증은 그들에게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둔갑한다.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에서 일본의 학문적 엄밀성에 대한 우상은 이미 무너져버린 상태다. 그것은 바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일본 자체에서 엄밀한 논증을 요구받거나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한국인들이 믿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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