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궁금해하는 한국의 베트남 사과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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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궁금해하는 한국의 베트남 사과에 관하여

조광태 / 전임기자

이 기사는 글쓴이가 개인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재작성한 것이며. 일본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각각 번역되어 게재될 예정임을 밝혀 둔다 - 편집자 주

 

일본은 여전히 한국에 대해 저지른 그들의 만행에 대해 사죄하는데 인색하다. 사죄는 커녕, 일본인 사이에는 그들의 역사적 과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들이 만연해있다. 이같은 모습은 눈 최근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일본인들의 댓글들에도 잘 나타나 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열광하거나 환호하는 댓글들이 지배적이다.

 

역사적 과오는 인정하더라도 다른 이유들을 들어 자신들이 사죄하지 않고 있음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는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한국정부 역시 베트남측에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SNS 상에서 이처럼 주장하는 일본인들은 의외로 많다.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여해서 수많은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부정하는 한국인의 거의 없다. 이를 부정한다면 우리 역시 역사적 인식의 수준이 일본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 역시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대부분 잘 알고 있는데, 이는 SNS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보고 들은 바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빈호아 학살 한국군 증오비, '하늘까지 이를 죄악, 만대를 기억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송필경 대표, 커먼 라이선스 3.0 규칙에 따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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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이같은 역사적 만행에 대해 베트남에 사과를 하고 충분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우리 역시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인식은 보편적인 것으로 자리잡은 상태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 우리 정부가 베트남에 대한 유감표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경제교류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음에도 불구,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까지도 베트남에 대한 사과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 정부에 사과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베트남 정부는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는 베트남이 승전국이니만큼 승전국이 받을 사과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 분분한 해석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원래 베트남 국민들은 가난하기는 해도 자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긍심이 높은 국민들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사과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해석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사과가 베트남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더 건드릴 뿐이라는 견해도 많았다. 베트남 전쟁이 내전이었던만큼 그들끼리도 상처가 매우 깊고 아직 그 상처가 다 치유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지속적인 경제협력 관계로 한국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입장을 지닌 베트남 사람들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으로 전쟁 당시의 상처를 지금까지 씻지 못하는 국민들도 존재한다. 이들 양자간에는 서로 극명한 입장차가 존재한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빈부격차 역시 베트남 전쟁, 한국과의 경제협력이라는 상반된 역사적 현실과 관련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칫 우리의 사과가 그들 국민들 사이의 반목과 불화만을 더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베트남 정부가 우리 국가의 사과를 굳이 사양하는 이유라는 분석이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당시 베트남은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 대신 경제적 협력을 더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과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그만큼 베트남에 경제적인 도움을 더 해 달라는 비공식적인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베트남 측에 몇 차례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사양이 계속됨에 따라 “우리에게 과거의 빚이 있다”라고 표현하는 선에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베트남에 전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우리가 아무리 사과를 하고 싶더라도 이 역시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견해들이 많다. 우리의 사과가 오히려 그들의 아픈 마음을 더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들과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하되,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우리의 사과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들인 것이다.

 

이것으로 "한국은 왜 베트남에 사과나 배상을 하지 않으면서 일본에는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변이 되었기를 바란다. 가해자 일본의 한국에 대한 태도와 가해자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태도는 본질적으로 같지 않다.

 

선배들이 저질렀던 역사적 과오는 후배들이 갚아야 할 역사적 빚이다. 독일은 이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인들 역시 어린 세대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저지른 만행을 알고 있는 그대로 어린 세대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 일은 우리가 마땅히 베트남에 사죄해야 할 일이며 그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몇번이고 치유해줘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의 SNS만 잘 살펴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사죄를 하고 말고는 자기 자신의 행위만을 갖고 판단하면 된다. 설령 자신으로 인한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에게 해를 입힌 가해자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자신의 가해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신은 자신이 입힌 가해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된다. 한국이 베트남에 가한 만행을 이유로 일본이 한국에 가한 만행이 사라질리는 없다. 자신의 사죄문제와 관련, 일본이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만행을 굳이 언급하는 것은, 사죄를 모르는 자신들의 입장을 감추기 위한 변명 이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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