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여행 1 - 치앙마이

백재선 기자의 여행길 이야기

태국여행 1 - 치앙마이

백재선 / 전임기자

지난 10월 중순 지인들과 함께 태국 치앙마이와 치앙라이에 다녀왔다.


인천 공항에서 저녁에 출발하여 다섯 시간 만에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오니 치앙마이 시내는 대체로 어두웠다. 현지 가이드 말에 따르면 치앙마이는 북쪽 국경에 가까워 등화관제가 실시된다고 한다.


아무리 북쪽에 위치한다고 하지만 국경이 한참 떨어진데다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치앙마이에서 등화관제가 실시된다고 하니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한밤중이라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호텔 옆에는 강이 흐르고 멀리 산이 보였다. 아직 우기가 끝나지 않아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에서 금방 비가 올 듯했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강가로 나왔다. 강가를 산책한 사람도 있었고 탁한 물에 낚싯대를 드린 사람도 있었다.

 

 




오전에 첫 일정으로 간 곳은 공예 우산을 만드는 싼캄팽 민예마을이었다. 한 스님이 버마에서 제작법을 배워 처음으로 생산한 지 2백 년이 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도원 제례 때 쓰이는 종이우산이었으나 점차 민간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보쌍 마을 주민들은 처음에는 이곳에서는 재배되는 뽕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로 우산 커버를 만들었으나 현재에는 비단‧면직물‧인조견 등 여러 가지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도 오래전에 대나무 비닐우산을 이용한 적이 있었으나 플라스틱 대와 합성섬유 커버로 만든 우산에 밀려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이곳에서는 아직도 대나무를 활용하면서 나름대로 화려한 디자인과 단단한 소재의 우산을 수공예 제품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보쌍 우산은 현재에는 제례 의식 때나 가정에서 장식용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다음으로 간 곳은 치앙마이 시내에 있는 왓 수안 독 사원이다. 시내 한가운데 차도 많고 주차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왕가에서 운영하는 사원이라고 하나 규모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1371년 왕조의 정원이 있었던 곳에 스리랑카 불교를 들여온 마하테라 쑤마나를 기리기 위해 지은 사원이다.


사원 뜰에는 아주 키가 큰 보리수나무가 여러 그루 있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햇빛을 가려 주었다. 사원 내에는 수코타이 양식의 사리탑(체디)과 왕실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사원 마당에는 모두 백색 사리탑이 들어서 있지만 유독 그중 하나만이 황금색 사리탑이었다.  백색 사리탑에는 왕족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고, 높이 솟은 황금색 사리탑에는 부처의 진신 사리와 각종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사원 본당에는 작은 좌불상에 이어 대형 입불상이 들어서 있는 것이 특이해 보였다. 1504년에 구리로 만든 황금색 입불상은 태국 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불상이라고 한다.

 

   




이 사원에는 많은 수도승이 수행을 위해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원 안이나 밖에서 스님은 보이지 않고 관광객들과 참배객들만 일부 있었다.

 

   




점심에 태국 현지식을 먹고 찾아간 곳을 매사 코끼리 농장이었다. 이전에 방콕 인근 코끼리 농장에서는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농장을 한 바퀴 돌았던 기억이 났다.

 

 




이 농장에서는 사람을 태우는 식으로 코끼리를 혹사하지 않고 사람들이 밥을 만들어 코끼리에게 직접 먹여주면서 코끼리와 친해지는 일종의 체험형 농장이다.

 

 




코끼리 밥과 바나나를 들고 있으니 코끼리가 서로 다가와 음식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코를 들이대기도 했다. 긴 코끝에 음식을 놓으면 하나도 흘리지 않고 입으로 잘도 쑤셔 넣어 먹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다음 행선지는 1996년에 문을 연 퀸 시리킷 보타닉 가든이다. 가든은 일반 정원이 아니라 하나의 산림욕장이었다. 면적이 워낙 넓어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가장 높은 주차장에서 내려 아래로 향했다.

 

 




내려오는 길목에 여기저기 온실이 들어서 있었다. 온실은 태국 고유의 식물뿐만 아니라 기후 식생에 맞는 식물군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었다.

 

 




열대우림관에 들어가니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온실 한쪽에는 폭포수가 세차게 흘러내려 마치 밀림 속에 들어선 느낌이 들게 해주었다.

 

 




다른 온실에 들어가니 각종 선인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작은 선인장을 봤지만, 이곳에서는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선인장도 많았다.

 

 




꽃과 식물에 별로 관심이 없어 온실에서 나와 정원을 걷다 보니 작은 연못에 분수가 있었다. 연못 주변에 아열대 꽃들이 피어 있어 멋진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내려 대지를 적셔줘 잠시나마 더위를 가시게 해주었다.

 

 




가든은 로열패밀리가 만든 정원이다. 아마 처음에는 왕족과 귀족들만 정원을 이용했겠지만, 지금은 모두가 이용하게 되어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된 것 같다.


다음 날 방문지는 치앙마이의 상징으로 꼽히는 사원 중의 하나인 왓 프라탓 도이수텝 사원이다. 1383년 건립된 사원은 스텝 산 해발 1,000m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처의 진신 사리가 안치되어 있다. 산악도로를 따라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데 산악도로에서 하이킹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산 중턱을 훨씬 넘어서 사원 입구가 나왔다. 

 

 

 

 

 

계단을 오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야 사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전망대에 오르니 치앙마이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치앙마이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역이다. 아래 시내를 내려다보니 구름이 낮게 끼고 하늘마저 뿌옇다. 공기가 별로 좋지 않은 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보는 시내 풍경과 엇비슷하다. 치앙마이는 분지 지역인데다 차량 통행이 잦아 대기가 좋지 않아 보였다.


사원에 들어서니 전형적인 태국 스타일의 사원이다. 여기저기 황금색 뾰족한 사리탑이 들어서 있다. 

 

 

 

 

황금 대형 사리탑 주변에는 여러 가지 형상의 불상이 들어서 있다. 어떤 불상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불상들은 왠지 낯설어 보였다.

 

  




사원이 워낙 유명해서인지라 관광객은 물론 신자들도 많았다. 사원이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현지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상 앞에 향불을 올리고 열심히 예를 드리고 있었다.

 

  




연꽃으로 장식된 불당에 들어서니 한 스님이 앉아서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곳 불당에도 앞에는 작은 불상이 뒤에는 큰 큰 불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불당 한 쪽에는 태국 국왕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치앙마이 21관광지나 관공서 입구에는 국왕 사진이 항상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왕에 대한 태국 국민들의 복종심을 느낄 수 있지만 외국인들에게 왠지 낯설기만 했다.


도이스텝 사원방문을 마치고 우리 버스는 치앙라이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치앙마이에 대한 이런저런 상념이 들기 시작했다.


치앙마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미얀만, 라오스, 중국 등지에서 여러 인종과 종족의 잦은 이주와 방문에 힘입어 초국가적 다문화적 요소를 갖춘 도시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외부 인구의 유입과 개방성으로 인해 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투숙 시설과 카페‧음식점을 보유해 치앙마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다. 게다가 인근 지역에서 골프와 등산, 하이킹 등 다양한 실외 활동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치앙마이는 고원 지대에 위치해 깨끗하고 조용한 휴양 도시라고 상상했었다. 

 

 

 

 

 

이번에 막상 방문해보니 그러한 상상이 맞지 않고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선 시내가 복잡한데다 정돈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원도시에 쾌적한 환경은 기대난망이었고 분지 지형이라 공기마저 깨끗하지 않았다.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좁은 도로에 전깃줄이 사람 키 높이까지 내려와 출렁출렁 매달려 있어 도시 경관을 헤치고 있었다. 아직 우리 시골에서도 길 가 전봇대와 전선이 있지만 거의 의식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십상이지만 치앙마이에서는 얽힌 전깃줄이 눈에 거슬렸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명성이 높은 치앙마이에서 인도와 차도에 전선이 엉켜져 내려와 사람들의 시야를 가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번에 와서 알았지만 치앙마이는 태국에서 방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북부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명성에 비해 도시 기반 시설이 크게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운 점 또 한 가지는 치앙마이는 한때 란나 왕국의 수도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사원 이외에는 이렇다 할 유적을 볼 수 없었다. 구시가지 한복판에 일부 성곽과 해자가 남아 있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아 외부 관광객들은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짧은 기간 동안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보면서 그 여행지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치앙마이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아쉬움이 많이 남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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